범경아 범쌤교실
천만을 기다리며 본문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결말을 가진 단종의 이야기.
'천 만이 넘으면 성형수술을 하고 터키 이스탄불로 국적을 옮긴다'는 장항준 감독의 말을 낄낄대고 들으면서,
'아! 이 영화, 천만 넘기면 재밌겠다'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 900만이 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이 영화관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볼 게 없어서 못가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영화를 본 둘째에게 1,500만 넘길 것 같다고 했더니, OTT로 보기 때문에 1,000만 정도 될 거라고 한다.
장항준 감독에 대한 친분은 없다. 하지만 짧은 영상을 통해 나오는 윤종신씨에 대해 '비루한 청춘의 시대에 소중한 친구'라든가, '너무나 가난했지만, 여름방학 같았던 신혼 시절'이라는 말을 들으면 덩달아 힐링이 된다. 기꺼이 '김은희 작가의 남편'이기를 바라거나, '장모님은 나를 너무 좋아해', '돈의 순환을 위해 잘 버는 사람이 커피차를 쏘라'고 하는 당당함은 이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가 다시 생각하게 했다.
강강약약. 영화가 1,000만에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한없이 가볍고 날로 인생을 먹는 것 같던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신이 내린 꿀팔자'의 장항준 감독의 삶에 대한 미담이 쏟아진다.
사람들의 결론은 '장항준 감독, 자신이 만든 꿀 팔자'라는 것이다.
또래 중에서 공부를 제일 못하고 떨어져보이는 아들을 비교하지 않고, '공부 못하는 나도 사장이 됐다'며 격려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장항준 감독의 부모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알게 된다. 좋은 부모를 갖지 못해도 좋은 사람은 될 수 있지만, 나는 부모이기에 '나는 좋은 부모인가'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취업과 진로로 고민하는 아이들을 다독거린다.
취업 서류가 자꾸 떨어져 우는 큰 애에게 말했다.
'아무리 애써도 안 될 때가 있어.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내 자녀가 편하고 좋은 길로 가서 나 같은 고생은 안하길 바라는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인생사가 그리 쉬운가. 실패와 어려움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
좌절하고 쓰러진 때, 쿠션처럼 안아주고 쉬어가는 부모면 충분하다.
정정당당하게 맞서면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 건실한 나무로 성장하도록 응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물질도, 재산도, 명예도 물려줄 수는 없지만,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를 전해줄 수는 있다.
아이들의 나이만큼 탄자니아와 과테말라, 한국의 곳곳으로 보내는 정성을 지켜봐온 아이들이다.
십년도 넘게 자신의 이름으로 후원해준 나에게 존경한다고 해 눈물이 왈칵 났다.
내 아이들도 당당하고 멋지게 성장하기를.
지금의 어려운 시간을 '여름방학 같았다'고 회고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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