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경아 범쌤교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본문
03.31 앤딩요정 범쌤
저는 장녀라 평생 젊은 부모님의 덕을 보며 살아왔습니다.
일찍 철이 든 큰 딸이었지만 박사과정 중이었던 40대 중반, 아빠와 엄마가 연달아 큰 수술을 하시고 항암치료를 하실 때에야 비로소 부모님이 나이 드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찾아가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늘 저는 부모님 앞에서는 ‘아이’입니다.
70대 후반인 부모님은 50대 중반인 제게 늘 ‘잘 챙겨먹으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정작 본인들은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용돈과 생활비를 아껴서, 손주들이 꿈을 접지 않도록 장학금을 주시고 격려해주십니다. 8명의 손주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자발적으로 안부전화를 드리는 이유도 바로 진정한 사랑을 느껴서인 것 같습니다.
무뚝뚝하고 낯가리는 편이었던 저는 마음을 돌이키고, 부모님의 어색함을 무시한 채 무조건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저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고, 강제로 어른이 되어 자신의 꿈은 잊은 채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죄송함이 가득합니다. 6.25때 아버지를 잃고 얼굴도 못 보고 자란 아빠는 ‘아버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이들에게 잘 못하는 것 같다’며 엄마와 함께 우셨다고 합니다.
최근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우리 부모님은 ‘이쁘다, 사랑스럽다’는 표현은 잘 못하셨지만, 항상 저희들이 우선이었고, 우리의 일이라면 앞뒤 재지않고 달려오셨습니다. 젊은 부모님은 늘 믿음직스러웠고, 저희들을 차별없이 키워주셨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 사랑의 깊이를 알 수도 없습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인 부모님의 하루하루가 아깝고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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